한국 문화와 함께 배우는 한국어

한국어 호칭 “이모”, “아저씨” – 관계 중심 언어 이해하기

WLKorean 2025. 7. 15. 11:21

 외국인 입장에서 한국어를 배울 때 가장 혼란스러운 부분 중 하나는 바로 사람을 부를 때 사용하는 호칭 체계입니다. 이름을 그대로 부르면 되는 영어권 문화와는 달리, 한국어에서는 상대방의 나이, 성별, 직업, 사회적 관계에 따라 완전히 다른 호칭을 사용합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많은 외국인이 궁금해하는 단어가 바로 “이모”, “아저씨” 같은 표현입니다. 사전적으로는 “이모”는 어머니의 여동생을, “아저씨”는 나이가 많은 남자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는 이 단어들이 친척이 아닌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도 자연스럽게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식당에 가면 종업원에게 “이모~ 여기 물 좀 주세요”라고 말하거나, 길에서 모르는 남성에게 “아저씨!”라고 부르는 상황이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언어적 습관이 아니라, 한국의 문화적 사고방식과 공동체 중심 언어문화가 반영된 현상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한국어에서 왜 “이모”, “아저씨” 같은 호칭이 그렇게 자주 사용되는지, 그 호칭이 어떤 관계와 맥락 속에서 의미를 갖게 되는지를 설명합니다. 또한 외국인 학습자들이 한국어 회화에서 이 호칭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실제 사용 예시와 문화적 배경을 함께 소개합니다. ‘관계 중심 언어’라는 한국어의 큰 특징을 호칭이라는 렌즈를 통해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한국어는 왜 호칭이 이렇게 많을까?

 한국어는 고유한 관계 중심 언어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어는 이름 중심 언어(Name-based language)라면, 한국어는 관계 중심(Relationship-based) 언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한국어는 상대방이 누구인지, 나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 나이 차이는 얼마나 나는지, 그 사람이 사회적으로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파악한 뒤에야 적절한 호칭을 선택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이러한 언어 체계는 단지 말의 형태만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화자의 사고방식, 대인관계, 감정 표현 방식까지도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나보다 나이가 많으면 이름을 부를 수 없고, “언니”, “형”, “선생님”, “사장님” 등의 역할 기반 또는 친족 중심 호칭을 사용해야 합니다.

‘이모’와 ‘아저씨’ 같은 단어는 본래 가족 내부의 친척 호칭이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그 관계를 확장해 사회적 관계로 전이시키는 방식으로 언어를 운용합니다. 이것은 개인보다 관계를 중시하고, 공동체 속의 역할을 중요시하는 문화적 가치관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즉, 상대를 이름보다 역할로 부르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문화인 것입니다.

한국어 호칭 “이모”, “아저씨”

“이모”는 누구에게, 어떤 맥락에서 쓰일까?

“이모”라는 호칭은 원래 어머니의 여동생을 지칭하는 친족 용어입니다. 그러나 실제 한국 사회에서는 이 단어가 모르는 여성에게도 자주 사용됩니다. 특히 식당, 시장, 미용실, 택시 등 서비스업 종사자 중 중년 여성에게 “이모”라고 부르는 것은 매우 일반적인 일입니다. 예를 들어, 식당에 갔을 때 종업원에게 “이모, 김치 좀 더 주세요”라고 말하면, 이는 무례한 표현이 아니라 오히려 친근함과 익숙함을 나타내는 말투로 받아들여집니다. 물론 모든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것은 아니며, 그 여성이 나보다 확실히 나이가 많고, 관계가 수평적이지 않을 때 사용해야 합니다. 이모라는 단어가 갖는 미묘한 정서적 의미는 단순히 나이 많은 여성이라는 정보뿐만 아니라, 어릴 적부터 친숙하게 부르던 보호자적 이미지를 함께 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이모”라는 호칭은 어느 정도 따뜻하고 정감 있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효과를 가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부 젊은 여성들이 이 호칭에 대해 불편함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나이를 특정해 호칭하는 것이 무례하게 느껴지거나, 외모를 판단 받는 기분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젊은 세대에서는 “사장님”, “선생님”과 같은 좀 더 중립적이고 존중이 담긴 호칭을 선호하기도 합니다.

“아저씨”의 의미와 현실 속 사용법

 “아저씨”라는 단어는 일반적으로 나이가 있는 남성에게 사용하는 호칭으로, 본래는 아버지의 남자 형제를 뜻하는 말입니다. 그러나 실제 대화에서는 혈연관계가 없는 중년 남성 전반을 지칭하는 용어로 매우 자주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어린아이가 공원에서 자신과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 남성을 발견하고 “아저씨~”라고 부르면, 대부분의 사람은 자연스럽게 반응합니다. 또는 택시 기사에게 “아저씨, 여기서 내려 주세요”라고 말하거나, 길을 잃은 아이가 경찰관을 향해 “아저씨, 저 길 몰라요”라고 말하는 장면은 현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이처럼 ‘아저씨’는 이름을 모르는 나이 든 남성에게 쓰는 기본적인 호칭처럼 여겨집니다. 하지만 이 단어 역시 상대의 자존심을 자극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는 말이기도 합니다. 특히 30대 후반~40대 초반의 남성들에게 “아저씨”라고 부르는 것은 상대방이 늙었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 예민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기사님”, “사장님”, “형님”처럼 좀 더 존중감이 느껴지는 호칭이 대체되고 있습니다. 특히 직장이나 서비스 공간에서는 ‘직책 기반 호칭’이 더 많이 사용되며, ‘아저씨’라는 표현은 점차 격식 없거나 구어적인 자리에서만 등장하는 추세입니다.

외국인이 호칭을 사용할 때 주의할 점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 학습자에게 ‘이모’와 ‘아저씨’ 같은 호칭은 굉장히 실용적이면서도 민감한 단어입니다. 잘 사용하면 자연스럽고 친근한 인상을 줄 수 있지만, 부적절하게 사용하면 오히려 무례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다음은 외국인 학습자가 이런 호칭을 사용할 때 참고하면 좋은 팁입니다:

  1. 나이 차이가 확실히 있는 사람에게만 사용하기
    외형만 보고 ‘이모’, ‘아저씨’라고 부르기보다는 나이와 사회적 분위기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좋습니다.
  2.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직책’이나 ‘존칭’을 우선 사용하기
    예: 식당에서는 “사장님”, 병원에서는 “간호사님”, 학교에서는 “선생님”
  3. 서비스업에서 친근한 표현을 쓰고 싶을 때만 선택적으로 사용
    시장이나 오래된 식당처럼 격식 없는 분위기에서는 “이모~ 여기요”가 어색하지 않지만,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부적절할 수 있습니다.
  4. 호칭 대신 존댓말과 표정, 어조로 정중함을 전달하기
    때로는 굳이 호칭 없이 “죄송한데요~”로 말을 시작하거나, “실례합니다” 같은 완곡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더 안전합니다.

한국어에서 호칭은 단순한 언어가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존중, 관계의 거리, 정서적 친밀감을 모두 표현하는 수단입니다. 따라서 호칭을 정확히 알고 사용하는 것은 한국어 회화에서 매우 중요한 문화적 감각입니다.

 

 “이모”와 “아저씨”라는 단어는 단순히 친척 관계를 나타내는 단어가 아닙니다. 한국어에서는 이처럼 가족 중심의 호칭이 사회 전반의 관계 표현으로 확장되어 사용되며, 이는 한국 문화의 중요한 특성 중 하나인 공동체 중심 사고방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이러한 호칭을 통해 한국인은 상대를 단순히 개인으로 보기보다, 관계 속의 역할과 위치로 인식하고 그에 맞는 언어를 선택합니다. 외국인 학습자가 이런 호칭을 제대로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다면, 단지 문장을 외우는 수준을 넘어서 문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게 됩니다. 결국, 한국어의 호칭은 그 사람의 사회적 위치뿐만 아니라, 나와 그 사람 사이의 관계, 정서적 거리, 기대하는 예절 수준까지 반영하는 복합적인 표현입니다. “이모”와 “아저씨”는 그저 단어가 아니라, 한국인의 사고방식이 녹아든 언어적 문화 코드인 셈입니다.